도심 속 특별한 산책로

경의선 숲길 @서울

산책로

2020.11.05


근대 건축의 아버지 르꼬르뷔지에는 300만 인구를 위한 ‘빛나는 도시’라는 계획을 발표합니다. 산업혁명 이후 삭막해질 수도 있는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 블록 구간구간 사이에 휴식공간으로서 녹지를 더합니다. 이 녹지는 공원의 형태로 업무공간, 상업공간, 주거공간과 같은 도시 구성요소의 어디에도 속하지 않지만, 어디에나 속할 수도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즉, 도시의 완충영역으로 아무런 기능을 가지지 않지만, 휴식을 위한 ‘제로의 영역’으로 도시와 우리 인간의 삶을 더욱 활기차게 만듭니다.


연남동의 센트럴 파크 라고 하여 붙혀진 이름 연트럴파크는 2016년에 완공된 이래로 지역주민들 뿐만 아니라 많은 관광객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 도심 속 공원을 통해 도시 안에서의 녹지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리고 왜 많은 사람들이 찾는 서울의 명소가 되었는지를 느끼면서 연트럴 파크를 함께 거닐어 볼까요?

경의선 숲길


위치 경의선 지상부(용산문화체육센터~ 가좌역)

규모 102,008제곱미터, 길이 6.3KM

      너비 11~60M


마포구 핫플레이스

연트럴 파크의 시작


경의선 숲길은 2009년 11월부터 2016년 5월까지 약 8년가량에 걸쳐 용산문화체육센터에서부터 가좌역까지 총10만 제곱미터의 크기로 서울 도심 한복판을 가로질러 만들어진 거대한 선형공원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철도부지에 공원을 만들게 되었을까요? 경의선은 과거 부산에서 신의주까지 이어지던 철로였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자동차, 비행기와 같은 운동수단이 발달되면서 철길은 생활환경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인식되기 시작되었습니다. 그 결과 길 주변으로 창고와 마을이 번성하며 동네가 슬럼화 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철로는 우리에게 아날로그적 감성을 부추기며 어릴 적을 추억하도록 하는 공간입니다. 서울시에서는 이러한 감수성을 바탕으로 공간을 재탄생 시키는 일을 계획합니다.


철도부지의 소유권자인 한국철도시설관리공단과 서울특별시는 서로 무상사용협약을 통해서 ‘경의선 숲길 조성 사업’을 체결합니다. 설계단계에서부터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어 경의선 레일이 보전될 뿐만 아니라 공원 일대에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시설들을 반영하기로 합니다. 도심 한복판에 4개권역 각각의 특징을 살린 공원을 만들어 새로운 소통과 교류의 장으로 활용하게 된 것이지요. 

알고 보면 더 재밌다

연트럴 파크 파헤치기


벤치와 경계목

벤치는 앉음벽이라는 건축 요소입니다. 먼저, 일반 다른 벤치들과 같이 그 자체로 앉아서 쉴 수 있는 기능을 합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자연스럽게 공간적으로 차량과 사람을 분리하는 역할을 합니다. 도로와 면하는 부분과 사람이 모이는 광장 부근에 주로 설치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차도에 차가 지나다녀도 공간 안에서 우리는 안전함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주변식물에 어우러져 눈에 잘 띄지 않는 색상이어서 잘 눈에 띄지는 않으시죠? 알게 모르게 안전하게 만들어주는 장치입니다.


잔디마당

날씨가 좋은 날에는 복원한 철로를 따라 기다란 모양의 벤치나 넓게 펼쳐진 잔디밭에 앉아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도심 속에서 초록의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지요. 공원을 디자인한 건축가의 말에 따르면 ‘이 공간을 디자인하는데 있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사람들이 채울 수 있는 비워진 공간을 만드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합니다. 결국 공원이라는 공간은 건축적으로는 아무런 기능을 가지고 있지 않는 ‘제로의 공간’이지만, 그 안에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활기찬 에너지로 공원답게 공간을 채우게 되어 그 가치와 의미가 있는 것이지요.


파고라

우측의 기다란 석재와 철망으로 만들어진 앉음벽을 따라 걷다보면, 앞 쪽에는 벤치들과 오른쪽에는 조형적인 휴식 공간인 파고라가 보입니다. 앞서 지나온 길은 산책과 이동통로의 동적인 느낌이 강했다면, 이 공간은 머무르는 공간으로 계획되었습니다. 앉아서 햇빛을 받으며 간단한 식사를 하고, 책을 읽거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정적인 공간입니다.


물길

물길은 이 곳의 옛날 모습인 옛 세교천과 주택 사이를 흐르던 논길을 재현하는 공간입니다. 철도를 지하로 옮기면서 하수박스 형태로 지하 용출수가 남아있었는데요. 그 용출수를 일부는 위쪽 홍제천으로 흘려보내고, 나머지는 이렇게 시간당 150통의 물을 실개천으로 흐르도록 만들었습니다. 때문에 친환경적이기도 하고, 실개천으로 역사와 추억을 담아 되살아나게 됩니다. 이 물길은 자연이 순환되어 나비도 찾아오고, 새들도 찾아오는 생명력이 가득한 공원을 만듭니다.

도시재생으로서의

경의선 숲길공원의 의미


근래에 들어 급속한 산업화 시대의 산물로 상징되는 철도, 고속도로, 공장의 일부가 제 기능을 잃으면서 공공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습니다. 버려진 공간에서부터 재 탄생한 이 공원들은 도시 안에 유기적으로 스며들어서 산책로의 개념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예술, 문화, 상업의 다양한 용도의 기능을 하게 되고, 주변지역에도 많은 방문객들이 찾게 되어, 낙후된 지역을 다시 활기차게 재생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버려진 공간을 공원화 하여 도시가 재생된 것이지요.


물론 도시에 공원이 생기면 마냥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도시재생은 기존에 있던 도시의 환경을 바꾸게 되며 건축적, 정책적, 사회적, 경제적으로도 얽혀 있는 문제입니다. 때문에 도시공원화 계획을 위해서는 원주민을 포함한 여러 이해관계자와의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고, 그들이 생활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개선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만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사업이지만, 우리 시민을 위한 공간이 우리들의 의견에 의해 계획되고, 또 추억과 일상을 담은 공간으로 보존되고, 시대에 맞게 재탄생 한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임에 분명합니다.


이 것이 바로 도시를 숨쉬게 만드는 올바른 도시재생의 방향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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